[시론] 정도전을 위한 변명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은 혈혈단신으로 이성계를 찾아가 역성혁명을 논의하는 결단을 내린다. 파란만장한 유배생활로 지친 자신의 고단한 삶에 도전장을 던진 정도전, 변방에 홀로 서 있었던 무인 이성계와의 만남과 결단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단초가 되었다. 이성계와 정도전, 아마 우리 역사 속에서 이들만큼 화려한 정치적 커플은 없을 것이다.
올바른 선택과 인연은 자신의 삶을 빛나게도 하지만 역사를 주도하게도 한다. 세계가 존경하는 성현들에게도 정치, 이념, 사상의 동반자와 제자가 있었다. 소크라테스에게는 플라톤, 공자에게는 맹자, 노자에게는 장자, 예수에게는 열두제자가 있었기에 그들의 언어와 철학과 신념이 종교가 되었고, 하나의 이상이 되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읽혀지고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신라의 선덕여왕과 진덕여왕 역시 변방출신인 가야계의 김유신을 중용하여 개혁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사회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고 삼국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불교에서는 구도의 걸림돌은 인연이라고 주장하지만, 움직이는 모든 것은 인연과 선택 결단에 의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좋은 선택과 결단은 기회를 만들어 낸다. 무리하여 억지로 거머쥐려는 자보다는 실수와 무리수를 가장 적게 범하여 결정적 시기포착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자에게 기회는 제 발로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것을 두고 승부의 세계에서는 운이 따른다고 한다.
조선창업에 결정적 전기가 된 위화도회군도 그런 경우다. 이성계는 제 발로 찾아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머쥐었을 뿐이다. 이에 정도전은 위화도회군 정국을 토지개혁 정국으로 바꿔 민심을 잠재우고 조선왕국 창업에 동력을 견인해 냈던 것이다. ‘한나라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유방을 썼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등에 업고 개국을 하였다며 한잔 술 위에 자신의 마음을 올려놓고 기염을 토한 대목이다.
삼봉 정도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문헌사에 다녀왔다. 그의 정치, 이념, 사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시대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며 민초들의 삶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창공을 열겠다는 뜻을 세웠던 민본주의자였다. 군주보다는 국가를, 국가보다는 백성을 중요시했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그는 군주는 백성을 위하고(위민), 백성을 사랑하고(애민), 백성을 존중하고(중민), 백성을 보호하고(보민), 백성을 기르고(목민), 백성을 편안하게(안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전은 당시 어쩔 수 없이 제왕제도를 받아들여 왕조를 열었지만, 그가 생각한 정치의 본질은 윤리적 규범을 전제로 하고 근본적으로 백성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재상중심의 왕도정치였다. 이런 까닭에 왕권중심주의를 신봉하던 태종 이방원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은 요동정벌이라는 태조 이성계와 자신의 마지막 야망을 펴지도 못한 채 이방원에 의해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삼봉은 인간 평등성을 실현하려 한 사람이었고 인간 본연을 고민 했던 사람이다. 홀로 깨어 있기에 느낄 수밖에 없었던 고독감, 올바른 도리가 시대 속에서 실현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절망감 속에서도 자신이 내린 결단에 대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영혼을 더럽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깨어 있는 정신과 영혼을 존중한다.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에 지역의 일꾼으로 출마를 결심한 후보자들은 삼봉의 정신을 한번쯤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위민, 애민, 중민, 보민, 목민, 안민을 실천 할 수 있는 자세가 스스로 준비되어 있는가, 자문자답 해보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내세운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지도자는 본디 주민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늘말도 곱다고 하지 않던가. 주민들의 머리와 가슴에 대망을 부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곧 삼봉이 바라는 지도자의 길이요,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이다.
역사는 절대다수의 민중의 것이지만 때로는 집념어린 소수의 것이기도 하다. 선거의 계절이 시작 되었다. 후보자들은 입지에서 당선까지를 설계하며 외롭고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은 경쟁자와 적대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부정하지 말고 아름다운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 또한 지역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후보자들을 만날 때 주민들은 격려와 용기를 불어 넣어 주기를 바란다.
이들의 뜨거운 애향심이 지역발전을 위해 강력하게 포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안다. 단체장, 지방의원에 후보자로 나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일으키고, 지역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독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위해 끝없는 인내와 성실을 바탕으로 현역은 물론 경쟁 후보들 역시 수년 동안 지역의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신 사람들이다. 눈물겨운 고난의 길을 걸으며 주민들 앞에 외롭게 선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는 내 고장의 훌륭한 자산이다. 출마예정자들이 가진 능력과 힘을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주민들의 배려가 함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출마예정자 모두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고 공부하여 주민들의 아름다운 선택을 받아 지역이 크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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