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두고두고 남을 이야기 ‘현송월’- 박혁종 본지 대표

2018년 1월 21일 현송월을 대표로 한 북측 예술단 사전 점검단은 강릉에 왔다.
이날 아침 9시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사전점검단은 우리 측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곧바로 강릉행 KTX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서울역 일대에만 경비 인력 720여명을 배치했다. 노숙인들도 경찰 요청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시민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냐. 대통령이라도 행차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현송월 일행은 강릉 도착 직후 한 호텔 식당에서 고급 한식 요리로 점심 식사를 했고, 오후 2시를 넘은 시각 숙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북측 일행은 3시 반 부터 본격적인 공연장 답사 일정을 밟았다.
먼저 강릉 명륜고 교내에 있는 황영조기념체육관에 도착해 무대시설을 둘러봤고, 이어 현송월은 오후 3시 40분쯤 강릉아트센터 공연장의 규모와 시설 등을 살펴봤다.
일부 시민은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 예뻐요”라고 외쳤다. 현송월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최성일 강릉시 올림픽대회 추진단장은 “현 단장이 ‘강릉시민들이 따뜻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릉 시민 함승호(66)씨는 “설악산이 다 죽어 가는데 금강산 전야제가 웬 말이냐”고 했고 이금옥(51)씨는 “북한에 올림픽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현송월은 황영조체육관을 7분 남짓 둘러보며 이날 공개 석상에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북한 점검단이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하자 우리 측 관계자는 “미리 연락 주셨으면 여기에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현송월이 “그럼 여기 체육관 측에서도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라며 “하하하” 소리 내 웃었다. 이어 우리 관계자가 “그럼 여기 체육관 하나 더 생길 뻔했다”고 하자 현송월은 “그러게 말입네다”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평창동계올림픽 전야제 및 축하공연을 위한 예술인 공연장 등을 점검하러 온다고 했다.
특히 국민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과 행동에 아~하는 탄성 소리까지 나오게 했다. “현송월 가까이서 모셔라” 눈발 날리자 우산 받쳐 든 국정원 직원의 행태는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필자가 점검이라는 개념을 찾아보니 ‘특정 기관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연구 활동, 장비 사용 실태 등에 대하여 확인, 분석한 후 의견을 제출하는 일’ 이라고 분명 백과사전에 또렷이 나와 있다. 그런데 현송월과 북측 점검단이 점검하러 온 것인지 국빈 방문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 5가지 덕목’으로 공손(恭)과 관대함(寬), 믿음(信), 영민함(敏),나눔(惠)를 설파했다.그중 으뜸으로 공손함을 꼽았다.경고도 잊지 않았다. 바로 ‘지나친 공손은 예의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과공비례(過恭非禮)가 외교나 체제간 접촉 공간에서 불거지면 참사가 된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남한 방문 1박2일은 그 전형이다. 시쳇말로 “이게 실화냐”라는 걱정이 국민 사이에 나올 정도로 지나쳤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본래 1월 20일 방문한다던 북측은 합의를 뒤엎고 하루 뒤로 늦췄다. 상황 설명도 않는 오만함을 보였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북한 처분만 기다렸다. 저자세란 비판이 쏟아졌다.
국가는 ‘국가의 무한책임’이라는 말을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뭔가 잘해보려는 의지와 다짐의 표현일 수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국가와 정부를 혼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은 묘한 것이다. 더구나 국가 같은 거대담론의 개념어들은 큰 영향력을 갖는다. 책임의 소재를 논할 때는 더욱이 책임질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해야 한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진심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정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 물론 남북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다 보면 많은 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결정짓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한, 급한 일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한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행동이 아니라 국익의 목적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할 때, 성공한 정부를 지향 할 수 있다.
서인 송시열과 남인 허목은 조정에서 만나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툼과 대립을 했지만 조정에서 물러나면 서로의 훌륭한 점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성품과 아량을 지녔다.
우리 사회엔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이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다. 나와 생각이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배격하기만 한다면 결코 한 마음으로 함께 나아갈 수 없다. 생각이 달라도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열린 자세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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