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거울에 도달하는 길은

이 영 춘

무엇을 어떻게 지워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할까
달력에 붉은 동그라미를 친다
동그라미 위에 붉은 사선을 긋는다
월광이 쏟아진다 검은 달빛이다

월광은 달빛 그림자, 그 속에 존재라는 검은 짐승이 살고 있다
거울과 아주 먼 거리에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를 볼 수가 없다
거울에게 도달하는 길은 아득하다 도달하기 전에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제의 짐승,

이것이 나의 거울이다 거울에 닿을 수 없는 거울 속 *사트바!
나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거울, 나는 강 이쪽에서 서성거리고
거울은 강 저쪽에서 손짓 한다 내가 나를 만날 수 없는 거울 속,
깨진 거울 속에 웬 낯선 짐승 한 마리 거울 저 반대편에 서서 웃고 있다

*사트바Sattva:산스크리트어 ‘衆生’의 뜻으로 차용.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1976년 『월간문학』등단
· 시집 :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 시선집 :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경희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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