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만원의 행복

홍연희

감자 한 박스 들여왔다
밀밀히 큰 것이
회가 동한다
못생겼다고 타박하고 보니
감자 닮은 어머니 웃음이 떠 오른다

여름비가 지긋지긋하다 시며
커다란 감자 강판에 갈아
모처럼 쉬던 아버지께 부침으로 마음 사던
어머니 해맑은 얼굴

지난 겨울 시집 간 미쁜 딸이 왔다
흘낏 감자 상자 한 번 내려다보고
어미보다 더 큰 집에 살면서도 어미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딸
언덕을 바꿔 버린 저 허전함

어미는
감자 위에 마늘이며 양파를 얹어주니
귀에 걸린 딸의 입꼬리에 가슴 벅차다

만원 한 장으로

어머니가 웃으시고
딸이 웃고
어미가 웃는다.

· 홍연희 시인, 시낭송가
· 2004년 월간 「신문예」 시 부문 등단
· 시집 「비움의 곳간」 「과수원집 딸」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무슨 꽃으로 불려 너에게 건너가랴」 외
· 수상-제13회 원주문학상 수상, 제12회 황진이 문학상 수상
· 제11회 강원여성문학상 작가상. 2015 강원도문화예술발전공로상.
2019 원주예술상공로상수상.
· 현)소리문학 천사의 소리 시낭송회 회장, 원주문협 감사,
강원여성문학인회, 강원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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