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24절기 중에서 입동(立冬)이 지나고 나면 곧바로 나오는 절기가 바로 소설(小雪)입니다. 소설은 적을 소(小)에 눈 설(雪 )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동이 지나면 눈이 오는데 그리 큰 눈은 아니고 적은 눈이 온다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력으로는 10월에 있고, 양력으로는 11월 22일이나 23일경에 소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살얼음도 얼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가하면 소설은 아직까지는 간간히 따뜻한 햇볕도 비친다고 하여 소춘(小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설이 되면 추위가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소설에는 어떤 식으로든 추위를 피할 길이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한 ‘대설이 소설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제 막 추위가 시작되는 소설의 시점이 오히려 추위에 익숙해지게 되는 대설보다 더욱 춥게 느껴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춥게 느껴지는 것이 소설이지요.
소설은 월동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농가월령가에서는 이러한 겨울 채비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치고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뭐니 뭐니 해도 겨울을 나는 준비는 바로 김장으로부터 시작되는데요. 그래서 겨울철 김장은 현재에도 (물론 김치 냉장고라는 것이 등장하고부터는 사시사철 조금씩 김치를 만들어 먹는 신풍속이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하지만요) 대부분 입동과 소설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처럼 김장을 하고 나면 월동준비의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해서 ‘김장하니 삼동 걱정 덜었다’ 고 하는 것이고요.
이러한 음력 시월은 농사가 끝이 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력 시월은 ‘농공(農功)을 필(畢)’하는 달이라고 합니다. 추수를 끝내고 아무 걱정없이 놀 수 있는 달이라 하여 ‘상달’이라 했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어 ‘공달’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농가에서는 이때 김장을 담그고, 각종 나물들을 말리거나 절여서 담그는 것으로 겨울을 준비하였지요.
아무튼 소설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인 것은 사실입니다. 입동(立冬)이 말로만 겨울의 입구임을 알리며 설레발을 치는 것이라면 소설이 되어서는 이제 정말 겨울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겨울 내내 보일러를 틀어 놓고 반팔을 입은 채 생활하는 현대인들이라고 해서 겨울을 공으로 보낼 수는 없지요. 아직 깊은 겨울에 다가서기 전에 운동을 통해서 몸의 원기를 보충하고, 길어진 밤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몇 권의 책으로 정신의 원기를 보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소설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료 :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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