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장애인복지신문 창간에 부쳐

· 이 영 춘 · 평창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우리들의 소망, 마음과 정신의 양식을!

대망의 2016년 5월!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의 창간을 접하며 제일 먼저 떠 오른 것이 장애인들의 삶이었습니다.
인류의 가슴을 울린 헬렌 켈러에서부터 “오체불만족”이란 소설로 장애를 이겨낸 실화를 썼던 오토다케 히로타다, 필담(筆談)으로 3천 만 일본인을 울린 아오모리 이야기가 그것이었습니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것은 비장애인인 사람들보다 월등한 삶을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언젠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힌다는 헬렌 켈러의 “내가 만약 사흘 동안만 바라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을 인용하여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내가 사흘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속 깊이 새겨 두겠다. 둘째 날은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 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것이다.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이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준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2006.12. 김진홍의 올 한 해 날마다 기적이었다.) 중에서-

『매일 눈 뜨고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나에게
듣고도 깨닫지 못하는 나에게
보고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배가 불러도 배고픈 이들을 보지 못하는 나에게
먼 길 찾아가 얼굴 한 번 만져 볼 분이 없는 나에게
쏴-악-쏴-악- 소낙비 내린다. 소낙비 운다.
빗물 속에 내 눈은 캄캄 절벽
절벽, 어둔 성벽만 높아 가고 있구나』

아시다시피 헬렌 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얼마나 간절하면 3일간만이라도 보기를 원했을까요!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팔, 다리, 손이 하나도 없는 몸통뿐인 장애인이었습니다. 와세다 대학을 나온 그는 운동에서부터 공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오모리는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으로서 필담(筆談)으로 고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젖게 한 장애인이었습니다.

사실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여 시를 쓴 것은 나 자신에 대한 하나의 반성문이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아픕니다. 멀쩡한 육신을 갖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 게으름에 대한 반성, 실행하지 못함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녀의 삶 자체가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은 물론, 아직도 우리사회의 병폐 중 하나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장애인은 대개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80-90프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장애는 병이 아닌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각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장애, 그것은 꼭 육체적 장애만이 ‘장애’가 아닙니다. 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을 더 심각한 장애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래에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길을 가던 사람이 갑자기 괴한으로 돌변하여 흉기를 휘두르는 일, 남의 몸을 제 몸처럼 탐하여 마구 끌고 가 성폭행하는 일, 등등 괴상한 일을 저지르는 정신적 장애인이 너무 많습니다. 타인은 고사하고 제 자식과 가족을 마구 죽여 버리는 현실, 이런 정신적 장애인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어떻게 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회적 혼란과 구조 속에서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의 출현은 중차대한 의무와 의식으로 창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명실 공히,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은 제자(題字)와 같이 ‘장애인의 복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의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신문’이란 이름에 걸 맞는 장애인들의 정신적 양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탐색,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 공감할 수 있는 신문으로 탄생되길 기원합니다.
누구나 읽고 정신적 치유가 될 수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누구나 읽지 않고는 궁금하여 견딜 수 없는, 기다려지는 신문이 되길 갈망합니다.

그리하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장애인 편에 서서 비장애인과의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이 쌓아 올리는 탑이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기를 소망합니다.
‘강원장애인복지신문’의 창간 정신이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장애인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2016년 5월 2일

(주)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이 영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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