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세금 내는 나무를 아시나요?”

성실한 모범 납세 나무, 석송령과 황목근...... 경북 예천군 감천면과 용궁면에 각각 소재

“토지를 갖고 세금을 내는 나무가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경상북도 예천군의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석송령과 천연기념물 제400호 황목근이 그 주인공이다.
석송령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평 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높이 10m, 둘레 4.2m, 동서의 길이는 32m로 그늘의 면적이 324평에 달하는 아주 거대한 소나무다. 보기만 해도 웅장함을 자랑하는 석송령(石松靈)은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석송령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 풍기지방에서 일어난 큰 홍수로 마을 앞 개울로 떠내려 오던 어린 소나무를 길 가던 나그네가 안타까워하며 건져내 개울 옆에 심은 것이라고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이후 석송령은 석평마을의 수호목이 되어 마을로 들어오는 온갖 불길한 잡귀를 막았고,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올리며 함께해왔다.

◇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
◇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

이런 석송령에게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증명하는 고유번호는 물론,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토지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납세의 의무로 재산세, 즉 토지세도 성실하게 납부하는 석송령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나무라는 것이다.
‘석송령’이 사람과 똑같이 이름을 갖고 등기되어 재산을 갖게 된 것은 1927년 8월경 당시 석평 마을에는 이수목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토지 5,588㎡를 영험(靈驗)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石松靈)이라는 이름으로 등기해 주도록 유언을 했다. 이 때부터 이 나무는 토지를 가진 부자나무가 되었다.
물론 요즘 같으면 사물 명의의 토지 등기가 불가능하겠지만, 일제 강점기시대인 당시에는 석송령 명의로 이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송령이 낸 재산세(2013년 기준)는 9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나무가 직접 세금을 내러 갈수 없기에 마을 주민들이 이 토지를 공동으로 경작해 매년 석송령을 대신해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다.
더욱이 이에 그치지 않고 석송령이 소유한 논밭에서 나오는 수익금 등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마을 학생들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불릴 만하다.

◇ 황목근/천연기념물 제400호.
◇ 황목근/천연기념물 제400호.

또한, 예천군에는 또 한 그루의 세금 내는 나무가 있는데 석송령보다는 조금 늦게 이름과 재산을 갖게 된 나무다. 무려 12,232㎡의 땅을 가지고 있는 팽나무가 그 주인공. 경북 예천 용궁면 금남리에 위치한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나무다.
석송령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부과된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실 납세 나무다. 줄기 둘레 3.2m, 키 15m에 달하는 이 나무는 5월에 나무 전체가 누런 꽃을 피운다 하여 ‘황(黃)’씨 성을,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을 따 ‘목근(木根)’이라 작명되었다.
일명 ‘황목근’이라 하는데 이 나무가 토지를 가지게 된 데에는 해마다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쌀을 모아 공동재산을 마련했던 마을 사람들이 근대화가 됨에 따라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게 되자, 황목근 앞으로 등기 이전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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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장애인복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