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론] 비(非)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목하자

3대 가족 남자 모두다 현역으로 복무한 ‘병역명문가’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땐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군대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병역명문가가 아닌 집이 얼마나 되겠나’ 싶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군대이야기를 유심히 듣다보니 독자 면제, 방위 복무, 질병, 가사사유 면제 등 이런 저런 사연으로 가족 중 남자 전체가 현역을 마친 가문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가족은 아버님, 형과 조카 그리고 필자와 아들 둘해서 3대(代) 남자가 모두 6명이다. 아버님은 일등상사로 복무하셨고 형님과 필자 그리고 아들 둘은 현역병으로 만기 전역을 했다. 조카는 3사단에서 장기복무 중으로 2015년에 자랑스럽게도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아버지는 어렵고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 군대에 가면 배는 곯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48년 12월 입대를 하신 후 3사단 18연대에서 복무를 하셨다.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은 전투에 참가해 무릎과 허벅지에 총알파편이 박히는 줄도 모르고 전투를 하여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랑하시곤 하셨다.
또 중부전선 어느 골짜기에서 우연히 특수임무 수행 중이셨던 할아버님을 만나 “다치지 말고 끝까지 살아서 돌아가자”는 다짐을 하고 헤어진 후 52년 2월 할아버님의 전사로 다시는 얼굴을 뵐 수 없었다며 할아버님의 제사 때마다 생전에 눈시울을 붉히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을에서 훈장을 하시다 6.25 전쟁에 참전하신 할아버님은 “나라가 위급할 때 의연히 일어나 나라를 지키고 구하는 건 백성 된 도리”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한다. 할아버님의 투철한 애국정신과 6.25 전쟁의 비극을 아버님으로부터 익히 들어온 우리 가족은 나라를 지키는 근간이 되는 병역이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8월 KBS 광복절특집 프로그램 ‘의열단 김상옥, 일제의 심장에 폭탄을 던지다’를 보고 독립투사들의 나라사랑에 가슴이 먹먹했다. 특히 프로그램 말미에 ‘일제강점기, 사회적 책임을 다한 특권층, 지도층은 극히 소수이며, 김구, 안창호, 유관순, 윤봉길, 김상옥 의사 등 오히려 수많은 민초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시대’라는 말과 더불어 진행자가 인용한 이정은 교수의 ‘김상옥 평전’ 중 ‘한국근대사의 특징은 비(非)노블레스들의 오블리주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사회지도층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더 많은 희생과 공헌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흔히 전쟁에 참여해 희생도 불사하는 전통을 포함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6.25 전쟁 때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과 밴 플리트 8군 사령관의 아들 참전과 영국 앤드류 왕자의 포클랜드 전투 참전 등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역전문가의 대부분은 아마 ‘비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나라에서 큰 혜택을 받아서가 아닌 내가 바로 나라의 주인이고, 주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나라를 지켜왔고 필자 가문이 그 일원이었음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병역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일 수밖에 없다. 이 의무를 자손대대로 자랑스럽게 이행하고 있는 병역명문가를 존중하고 우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병무청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비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기억해주는 병역명문가 제도가 더운 발전될 수 있도록 범정부 국회차원의 노력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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