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복지시설,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 인권침해 심각

인권위, 행정조치 권고…쏟아진 음식물 급식하고 강제 추행 신고 안하기도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입소 생활인을 본인 의사와 달리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거나 환자가 있어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등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강원도에 있는 노숙인 복지시설인 A 시립복지원(복지원)은 입소 생활인 84명 중 18명이 정신의료기관 등 의료기관에 입원한 상태다.
복지원은 정신의료기관 입원자 전원이 자의로 입원했다고 했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일부는 스스로 입원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태였다. 또 복지원은 입소 생활인에게 행동이나 생활상 문제가 있으면 자제·교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킬 수 있다고 위협하고 실제 입원을 유도했다.
생활인이 입원을 거부하면 정신의료기관 치료진이 복지원으로 찾아와 입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입원당한 생활인은 본인이 원해도 즉시 퇴원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퇴원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도 얻지 못했다.
복지원은 입소 생활인의 치료나 생활 관리에도 소홀했다. 복지원 생활자 2명은 종양 제거 등 치료가 상당 기간 이뤄지지 않았으며, 입소 생활인에게 타 생활인의 약을 잘못 먹여 병원에 입원 조치 된 적도 있었다. 급식하면서 조리실 바닥에 쏟아진 음식물을 폐기하지 않고 입소 생활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복지원 내에서 남성 생활인이 여성 생활인을 강제 추행하는 일도 있었으나 복지원은 이 남성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고, 분리한다는 목적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조치했다. 이 남성 생활인은 퇴원 후 복지원으로 돌아와 피해 여성 생활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복지원 종사자들은 입소자에게 반말을 쓰거나 하대하는 등 관행적으로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자체장에게 “복지원의 식품위생법, 사회복지사업법 등 법률 위반에 따른 행정조치를 하라” 며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입소 생활인들의 입·퇴원 현황, 의사결정 능력, 당사자 의사 등을 재검토해 퇴원 등의 조치를 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퇴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노숙인이 복지시설에 입소하면 개인 상태와 특성에 맞는 시설에 입소·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노숙인 복지시설 인력 기준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복지원장에게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근무체계를 개선하고 종사자, 입소 생활인에게 외부 전문가에 의한 특별인권교육, 성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여성 생활인을 강제 추행한 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인동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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