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는 게 인권? 의사들은 각성하라!”

정신건강복지법상 강제입원 요건 강화…정신장애인당사자 인권위 진정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정신건강복지법에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의료계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강제입원 존치입장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2016년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 요건과 입, 퇴원 절차가 기존의 ‘정신보건법’에 비해 강화됐다. 입원 대상이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또한, 입원 필요성 판단을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이 하며, 이때 전문의 1명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혹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여야 한다. 최초입원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이 외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두어 비자의입원 시 별도의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게 했다.
개정안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가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 TFT’를 구성, 강제입원 요건이 엄격해져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되며, 현재 입원 환자의 50%가량이 법 기준에 맞지 않아 퇴원해야 하는데 사회적 준비가 덜 되어있기 때문에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현석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현재 개정안도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법”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더욱 인권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려고 한다”고 개정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또 “환자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의사라면 가둬두기만 하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며 “나는 이미 강제입원 반복으로 20대 청춘을 보내버렸다. 앞으로의 시간들 역시 그렇게 잃을 수 없다.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표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의사 한 명이 살인을 저지르면 모든 의사를 다 격리해놔야 하나. 마치 강제입원을 통한 격리만이 사회 안정성 증대의 열쇠인 양 이야기하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은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도희 서울시사회복지공익센터 변호사는 “사회적 권위를 가진 교수가 정신장애인을 ‘길거리의 시한폭탄’이나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사건’ 등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공포감을 조성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정신장애인을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0조에서는 ‘가족·가정·복지시설 등에서의 차별금지’를, 제37조에서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금지’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단체들은 의료계에 “정신질환자의 ‘인권보장’과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치료받을 권리’,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 실현에 뜻을 함께하는 정신과 의사들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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