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치과치료를 위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최소 권역 단위에 1개소도 설치되지 못하고, 진료 대기시간이 최대 1년에 달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한 2008년 이후 1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최소 권역 단위에 1개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기준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중앙센터 1개소와 권역센터 10곳을 포함해 총 11개소가 운영 중이며, 현재 4개소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으나 개소 시기는 미정인 상태다. 서울시, 전남도, 경북도, 세종시는 아직 설치 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최혜영 의원은 “최근 5년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전체 환자 수만 봐도 2015년 2만9천여 명에서 2019년 6만7천여 명으로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치가 얼마나 시급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까지 치과병원을 찾아간다 해도, 이미 타 지역 센터도 장기 대기자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장애인은 치료 중 저항하거나 움직이게 되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에 민간 치과에서는 조금이라도 난이도가 있으면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 의뢰하는 실정이라, 환자 쏠림과 적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별 진료 평균 대기시간을 분석해 본 결과,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 진료 예약에서 초진까지 평균 22일 이상, 초진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 평균 106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진료 예약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는 약 4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충남센터의 경우, 예약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 1년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료대기자 증가와 더불어, 전담인력 부족으로 진료 대기시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인력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월 기준 전체 인력 총 376명 중 전담인력은 14%인 55명에 그친다.
특히,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취의사는 전국에 단 16명이며, 이 중 12명은 겸임이고 전담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부산센터의 경우 마취의사가 1명도 없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 부족으로 전신마취에 차질이 발생해,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 대기시간이 1년까지 늘어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비용 부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비장애인에게는 없는 비급여의 전신마취비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높은 비급여비용은 장애인들이 치과 진료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민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은 비급여 본인부담 진료비 총액의 50%를 지원하고 치과영역 중증 장애인은 30%, 경증 장애인은 10%를 지원하고 있으나, 전신마취비가 고가이다 보니 지원을 받아도 장애인에게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비급여 전신마취비 1인당 평균 자부담액을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의 경우 1인당 39만7천105원을 부담했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비수급 중증 장애인은 1인당 38만4천642원을 부담한 상황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장애인 환자 진료비 지원 예산이 부족해, 센터 운영비를 진료비로 전용하거나 병원(센터)이 자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된 센터 자부담액은 지난해 17억7천만 원에 달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은 “간단한 충치 치료를 1년 기다려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매해 대기시간, 전담인력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장애인의 소득이 비장애인 대비 낮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급여 전신마취비 지원을 확대해 장애인들의 비용 부담을 경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센터 운영의 어려움으로 그치지 않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인력, 예산 부족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