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노인 극단적 선택 위험 고소득층보다 1.34배 높다

연세대 연구팀, 남성·60~74세 조기고령자 빈곤층 위험 비율 높아

◇ 자료사진

빈곤층 노인이 고소득자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1.3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여성보다 남성, 75세 이상보다 미만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15일 ‘노인 빈곤과 자살위험: 후향적 종단 코호트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한은아 교수 연구팀은 무작위로 추출한 60세 이상 55만8천147명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연구 결과 11년간 스스로 세상을 떠난 노인은 3천836명이었는데 소득 수준별로 인구 10만명당 2003년엔 빈곤층이 65.2명으로 가장 많이 숨졌다. 이어 중산층 60.0명, 고소득층 44.7명 순이었다. 10년 뒤인 2013년에도 빈곤층이 9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산층 83.3명, 고소득층 70.3명 등 순서였다.
여기서 빈곤층은 전체 가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가구 소득인 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를 뜻한다. 중산층은 50~150%, 고소득층은 150% 이상 가구다.
연구팀은 소득 수준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소득층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빈곤층은 고소득층보다 1.34배, 중산층은 1.22배 자해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빈곤층이 남성 고소득층보다 1.50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높았다. 여성 빈곤층이 고소득층 대비 1.12배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과 다른 결과다.
연령대에선 이제 막 노인 나이에 접어든 60~74세 조기 고령자 사이에서 빈곤층의 위험비가 1.41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1.13배로 역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낮은 공적연금 수준과 성인 자녀의 부양의무 인식 약화, 열악한 노인 일자리 질 등을 꼽았다.
2013년 한국의 공적연금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로 OECD 평균인 8.2%에 크게 못 미쳤다. 통계청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부모 부양 책임자가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1998년엔 89.9%에 달했으나 2014년엔 31.7%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여기에 2015년 서울연구원이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 1000명에게 물은 결과 노인 임금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9시간 일했는데 월평균 수입은 122만8000원에 그쳤다.
연구를 진행한 연세대 최재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가난이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위험 요소라는 걸 보여 준다” 며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수준의 예방정책을 수행하기보다 소득 수준을 고려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곤층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노인정신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실렸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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