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1년 중 가장 밤이 긴 동지(冬至)

동지(冬至)는 이미 겨울 동(冬) 자가 들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가장 겨울다운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은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기도 합니다. 동지를 지나게 되면 이때부터 하지 때까지 낮의 길이가 하루에 1분씩 길어진다고 하며, 이처럼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시작 날이기 때문에 동지를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동지는 보통 음력 11월에 들어 있으며, 그래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지일은 보통 12월 21일 또는 12월 22일에 들어오게 되고요.
동지에는 팥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팥은 악귀를 물리치는 곡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새로운 시작에 즈음하여 나쁜 것의 접근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팥죽을 끓여 먹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동지 팥죽은 여러 그릇에 나눠 담아 장독, 곳간, 헛간, 방 등에 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동지 팥죽을 먹으며 건강하기를 기원하였고, 또한 액운을 물리칠 수 있기를 기원한 것이지요. 다만 동지가 동짓달의 초순에 드는 것을 ‘애동지’라고 불렀는데, 이때에는 팥죽을 쑤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6년과 2009년, 2014년에 애동지가 있었습니다.
또한 동짓날 밤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드는 풍습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새해가 되면 복조리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때 구입한 복조리를 부엌 부뚜막이나 벽면 등에 걸어 놓거나 함으로써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기도 하였지요. 이러한 복조리나 복주머니를 밤이 가장 긴 겨울날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러게 만든 복조리는 새해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만 팔러 다니는 것이었고, 대보름이 자난 뒤에도 복조리를 팔러 다니면 욕을 먹었습니다.
이러한 동짓날의 날씨로 다음 해 농사를 점치기도 하였습니다. 동짓날에 눈이 오거나 날이 추우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드는 것으로 여겼지요. 하지만 반대로 동짓날이 온화하게 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돌 수 있다며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였고요. 또한 동짓날에는 관에서 달력을 주고 받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는 동짓날을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새로운 날의 시작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조선시대 천문지리역학을 관리하던 관청인 관상감에서는 바로 이날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쳤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흔한 것이 달력이고,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만 열어도 수십년치 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달력이라는 것이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달력을 주고 받는 날이라는 것은 그만큼 동짓날을 중요한 날이라고 여겼던 것이겠지요. 그 중요성은 아직도 어느 정도는 남아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 풍습은 유지되고 있기도 하고요. 올해 동짓날에는 옛날 생각을 하며 팥죽 한 그릇 먹어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붉은 팥죽을 먹으며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더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료: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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