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무서운 감염병이 60여종…정부, 결핵 관리에 총력

당국 “다른 감염병에 의료 역량 재분배”

‘2급’ 결핵 발생률 26년째 OECD 1위

◇ 국내 감염병 관리체계(8월 31일 기준)

정부가 31일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4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한다.
국내 결핵 발생률은 26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1위다. 최근 일본 열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매독은 국내에서도 올해 7월 기준 누적 환자 수가 전년 대비 10%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가 31일을 기해 4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된다. 감염병 등급으로 치면 결핵은 2급, 매독은 현재 4급이지만 조만간 3급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보다 상위 급수인 감염병은 67종에 달한다. 코로나19 못지않게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감염병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감염 위험성 등에 따라 신고 시기, 격리 수준 등을 달리해 감염병을 1~4급으로 분류한다. 4급이 가장 낮은 단계다.
코로나19는 지난 2020년 1월 국내 유입 직후 가장 높은 1급으로 분류됐고 2022년 4월 2급이 됐다. 이후 1년 4개월 여 만인 31일부터 4급으로 낮아진다. ‘질병 위험도’가 확 꺾였다는 판단에서다.
1급은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하다.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17종이 있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총 23종인 2급은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하다. 결핵,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A형간염, 한센병 등이 있다.
감염병 3급 역시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한다. 2급과 차이가 있다면 격리 의무 유무다. 파상풍, B형간염, 일본뇌염, C형간염, 말라리아, 비브리오패혈증,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 현재 26종이 있는데 매독이 2024년 1월 1일부터 4급에서 3급으로 상향되면 27종으로 늘어난다.
앞으로 코로나19를 포함해 24종이 되는 4급은 1급부터 3급까지의 감염병 외에 유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표본감시 활동이 필요한 감염병이다. 인플루엔자, 수족구병도 4급이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진료 부원장은 “한정된 의료 역량이 그동안 코로나19에 집중돼 왔다”며 “결핵 등 다른 감염병에 의료 역량을 재분배해 관리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 또한 국내 감염병 중 코로나19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결핵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결핵 전체 환자 수는 2022년 2만383명으로 2013년 4만5천292명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으나 2021년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44명으로 OECD평균(9.7명)의 4.5배이며 26년째 1위다.
한국의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3.8명으로 콜롬비아(5명), 리투아니아(4.6명) 다음으로 3번째로 높다. 2021년 결핵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1천430명으로 감염병 중 코로나19 다음으로 많았다. 결핵 다음으로는 항생제 내성의 일종인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 감염증 227명, 에이즈 112명 순으로 결핵과 차이가 컸다.
결핵 발생률은 노숙인, 의료수급권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높고,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환자 비중과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질병청은 취약계층에 대해 찾아가는 결핵 검진을 확대하는 등 2027년까지 결핵 발생을 20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3차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이행 중이다.
매독은 현재 4급인 감염병 등급을 3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감염병관리법이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질병청이 최근 발간한 ‘성매개감염병 감시 월간소식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독은 올 7월까지 6개월간 누적 환자가 20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9건 대비 10% 증가했다. 질병청은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됐던 다른 감염병 관리에 정부 역량을 적절히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도 그렇고, 대다수 감염병의 유행은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다. 반복될 유행에 차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각각 감염병에 대한 관리계획을 잘 세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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