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17%, 5년 이상 입원…“퇴원해도 살 곳 없어”

평균 4.8회 입원 중 ‘자의 입원’은 1.8회…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정신장애인의 절반가량이 1년 넘게 병원에 입원했고, 5년 넘게 병원에서 지낸 이들도 1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장애인들은 이렇게 장기 입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퇴원 후 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명수·오제세 국회의원, 한국정신장애연대와 공동으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에서 여는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 앞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등록 정신장애인 375명과 이들의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당사자·가족·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FGI) 면접조사 등으로 이뤄졌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5.5%가 정신병원 입원 경험이 있었다. 이들의 평균 입원 횟수는 4.8회였고 이 가운데 자의에 따른 입원은 1.8회에 불과했다. 입·퇴원을 본인이 결정한 경우는 각각 19.8%와 20.9%였고 부모·형제·배우자 등 가족에 의한 입·퇴원 결정은 각각 69.7%와 56.4%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2%는 총 입원 기간이 1년을 넘었다. 입원 기간이 5년이 넘는 비율은 16.6%였다. 입원이 장기화한 이유(중복응답)를 묻는 말에는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24.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어서’(22.0%), ‘가족 갈등 때문에 가족이 퇴원을 원치 않아서’(16.2%), ‘병원 밖에서 정신질환 증상관리가 어렵기 때문에’(13.3%), ‘지역사회에서 회복·재활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어서’(8.1%) 등 순서로 답했다. 질환 관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이유로 장기 입원을 선택하는 셈이다. 정신장애 회복에 도움을 준 요소(중복응답)를 묻자 ‘꾸준한 약물 복용’(31.7%), ‘정신과 외래 진료’(15.4%), ‘사회복지사나 심리상담사와 같은 전문가 상담’(14.0%), ‘정신병원 입원’(11.4%), ‘가족의 지지와 지원’(11.1%) 순으로 답했다.
함께 실시한 초점집단 면담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병원과 지역사회의 정신 재활서비스기관과 정신건강 복지센터 간 연계 미흡, 지역의 심리·상담치료서비스 부족, 회복·증상 수준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부재, 광역 및 기초 정신건강 복지센터 역할 미흡 등으로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관련법 개정 등 정신장애인의 입원과 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정책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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