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이야기] 십승지지(十勝之地)의 유래

혹시 ‘십승지지(十勝之地)’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십승지지’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은 없어도, 아마도 ‘정감록(鄭鑑錄)’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한 두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십승지지라는 말은 정감록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예로부터 천재지변이나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십승지지(十勝之地)’ 라는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10곳의 승하는 땅, 지역을 의미합니다. 십승지지라는 단어는 정감록이나 ‘남사고’ 비결 등 여러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책에 따라서 일부 지역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영월, 풍기, 단양, 무주 등 몇몇 공통된 지역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십승지지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교통편이 불편하고, 일부러 사람이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 한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외부와의 교류가 없이도 안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만큼 농사나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역이었습니다. 사회적 혼란이나 재난을 피해 숨어살기 좋은 곳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6.25 전쟁 당시에도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이 십승지지에 들어가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도 전해집니다.
다만 현재는 이러한 십승지지의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종말론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이러한 십승지지나 피난처를 찾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 도로가 개설되고 어느 지역이든 하루 이내에 갈 수 있게 되면서 십승지지의 조건에 어울리는 지역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십승지지나 다른 도참설이 퍼지거나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백성들이 살기 어렵고 시대가 어지러웠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외침과 탐관오리의 횡포를 피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십승지지 이외에도 동양에는 ‘샹그릴라’ 나 ‘무릉도원’ 같은 이상향을 찾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고 싶은 조상들의 바람이 표현된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자료: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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