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피해자들, 국가책임 인정돼

법원 “8000만원 배상하라”…항소심, 피해자 3명에게 손해배상 판결


◇ 자료사진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을 받게 됐다.
23일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는 김모씨 등 염전노예 피해자 3명이 국가와 전라남도 완도군을 상대로 낸 9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와 완도군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김씨에 대해 “국가와 완도군은 공동으로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청구한 또 다른 피해자인 김모씨와 최모씨에 대해서는 “국가가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염전 노예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변호사는 심경을 묻는 말에 “승소했다는 판결을 피해자에게 전했는데 너무 기뻐하셨다”며 울먹였다. 이어 “2014년부터 저를 포함한 여러 활동가가 피해자 지원을 하면서 과연 그곳에 있던 파출소와 사회복지공무원, 근로감독관들은 (피해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이번 판결로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나 참으로 다행”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올 상반기에만 장애인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 사건이 27건이나 드러났다”며 “이번 판결로 중세시대 노예 같은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1심은 김씨를 포함한 염전 노예 피해자 8명이 제기한 손배소에서 박모씨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새벽에 염전을 몰래 빠져나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경찰관은 지적장애가 있는 박씨를 보호하고 염전 주인의 위법한 행위를 조사하기는커녕 염주를 파출소로 부르고 자신은 자리를 떠났다”며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공무집행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염전 노예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최 변호사와 활동가들은 당사자들에게 항소 의사를 물은 뒤 항소 의지가 있는 3명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염전노예 사건은 각각 지적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인 채모씨와 김모씨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신안군의 외딴 섬에 끌려가 수년 동안 임금 없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욕설에 시달려온 사실이 2014년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이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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