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투(Me too)와 사회적 약자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지체장애인들이 지체장애인협회 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체장애인 A씨는 8년 전의 기억이 여전히 끔찍하다고 말하면서 회장(장애인단체 지회장) 이여서 피해가 갈까봐 참을 수밖에 없었었다고 얘기한다. 다른 여성 장애인도 그 에게 비슷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소파로 밀쳐 눕게 하고, 뽀뽀도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 받고 있는 장애인단체 지회장 J씨는 일부 신체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은 아니었다고 부인한다. 그러나 J씨는 2010년 당시 또 다른 여성 장애인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상부단체인 J도협회는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자술서를 받고 지회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어버렸다. 아무런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은 J씨는 4년 뒤 J도협회장에 당선돼 현재 연임 중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장애인협회 중앙회에 묻고 싶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마라’(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를 여러 차례 유혹한 ‘욕계의 지배자’.)를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의 마지막 양심에서 집요한 성적인 유혹과 싸운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욕망 중에 그게 가장 끊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될 것 같다.
요즘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분야의 대가로 명성과 권위를 떨치던 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분야에 속하거나 가르침을 받는 약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던 전력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마라를 그들이 지닌 권력을 이용하여 추악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약자들에게 성적인 욕망을 탐했기 때문이다. 약자들이 거기에 소극적인 저항이라도 했다가는 그들의 꿈과 미래가 걸려 있는 분야에 발을 못 딛게 2차적인 폭력을 가하기 때문에 그들은 당하면서도 숨죽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함께 동참한다는 의미가 담긴, ‘나도 당했다’ 또는 ‘나도 고발한다’의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피해당한 당신들을 응원한다,’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라는, ‘위드유(#With You)운동’도 함께 행해지면서 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필자 역시 그들의 용기 있는 미투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숙종 때의 대학자로 우찬성을 지냈던 백호(白湖) 윤휴(尹?)가 지은 「백록동학규(白鹿洞學規)」라는 시 가운데 독행(獨行)에 대한 시 한편을 소개해 보면 “성실한 맘 가지고서 신독을 하되, 재계하는 듯이 마음 경건히 하며, 남들보다 백배를 더 애를 쓴다면, 그게 바로 부끄러움 아는 것이네” 이는 사람은 대개 남들이 보는 데에서는 남들의 눈을 의식하여 행실을 조심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러운 행실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남들이 보는 곳에서만 부끄러운 행실을 하지 않는 것조차도 힘든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 남들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도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하면 우리 모두 성인이나 군자나 성인까지는 못 될지라도 남들로부터 비난은 받지 않는 사람다운 사람은 될 수가 있다. 또 ‘시경’에 이르기를, “혼자 방 안에 있는 그대의 모습을 살펴볼 때, 으슥한 방구석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경찰 간부 임용식에 참석해 미투를 외친 여성의 용기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호소라며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 하면서 무엇보다 범죄에 취약한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국민 곁으로 더 다가설 것을 주문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바로 세워달라는 것은 진정 그 호소를 가슴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멈추어야 한다. 가던 길 멈추라, 잘못 들어서지는 않았는지….
하던 일 멈추라.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보는 것 멈춰라 못 볼 것 보지는 않는지….
하던 말 멈춰라. 안 할 말 하지는 않았는지…,를 잠시 멈춤에서 나를 찾아보기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박혁종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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