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책과 전력수요 급증의 ‘딜레마’

폭염이 길어지다 보니 황당하고 신기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강릉에서는 어미닭이 품지도 않았는데 병아리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부화를 했고, 부산에서는 햇볕을 받은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는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폭염에 바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남해안에는 올해 첫 적조주의보가 내려진데다 고수온 주의보까지 겹쳐 어민들에게 비상이 걸렸고 이미 수만 마리의 양식장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에 연이은 폭염에 전력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했는데, 25일 현재,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여유 있다고 정부가 장담했던 전력예비율은 결국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탈원전에 집착해 예측이 빗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력예비율 11%를 장담했지만 이날 오후 전력예비율은 8.3%까지 내려갔다. 8월 중순은 돼야 최고점을 찍을 거라던 전력 수요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76.4%였던 원전 가동률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54.8%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말 67.8%로 회복했고, 다음 달에는 탈원전 정책 이전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재 원전 가동률은 어떤가? 지난해 6월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가동률은 꾸준히 떨어졌지만 다시 회복세다. 당초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작년 5월 76.4%였던 원전 가동률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3월 최저치인 54.8%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5월부터 다시 상승해 6월 기준 67.8%를 기록했다. 이르면 다음 달 탈원전 정책 이전 수준을 되찾는 건 물론 80%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렇게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38년까지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한 것이기 때문인데, 한꺼번에 모든 원전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정비 때문에 가동을 멈췄던 원전을 재가동하면서 원전 가동률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폭염 때문에 안 쓰던 원전까지 서둘러 재가동 한다는 논란의 발단은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에서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시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차) 이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 전에 다시 가동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는데,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를 피해 정비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치겠다는 취지였지만, 전력난 때문에 원전에 다시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한수원과 산업자원부 측에선 이를 부인하고 있다. 원전 정비 일정은 4월에 이미 계획한 것이며 폭염 발생에 따른 긴급조정이 아니라는 것인데, 오해를 살만한 내용이다.
앞으로도 폭염, 또는 혹한으로 인해 전기가 예상 밖으로 많이 쓰일 일이 생길 텐데,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전력수요도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7월 25일 현재 오후 5시 기준 9천248만 킬로와트로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아침부터 어제 같은 시간대 전력수요보다 계속 높아져 발생 예비 전력은 안정적 수급기준인 10%를 크게 밑도는 7.7%까지 떨어졌다.
전력 수요관리업체의 상황실에,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은 전력사용량이 끝 모르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오후 5시, 전력 수요가 어제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여유 전력량은 709만kW, 전력예비율이 7.7%까지 내려가자 정부는 오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에 전력수요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전력예비율이 낮아 발동 요건은 충족됐지만, 지난 20일 재가동한 한울 4호기가, 오늘 100% 출력을 달성해 공급량이 120만kW 늘었고, 또 휴가철을 앞두고 막바지 조업중인 기업의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예상은 계속 빗나가고 있어, 올여름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비전력이 500만㎾ 미만이면 비상경보가 발령되고, 300만㎾ 미만이면 긴급절전이 시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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