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초생활 수급권자에서 탈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정부 공청회가 개최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새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공청회는 국회나 행정 기관, 공공 단체가 중요한 정책의 결정이나 법령 등의 제정 또는 개정안을 심의하기 이전에 이해 관계자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듣는 제도다.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내용이다.
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려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1촌의 직계혈통 중 한명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 있거나 소득이 확인되면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생계급여 등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본인은 수급자에 해당하지만 1촌의 직계혈통에서 재산 및 소득 등이 잡혀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다. 가족이 부양을 거부하거나 가족 관계가 단절된 경우 어디서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단계적 폐지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바로 폐지단계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부양의무자 제도가 문화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제도 수정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난 2000년에 시행됐는데, 당시만 해도 만 13세 이상 국민 가운데 70% 이상이 부모를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중·후반부터 핵가족 및 1인 가구 문화가 형성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최근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를 보면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8년 40.7%, 2010년 36.0%, 2012년 33.2%, 2014년 31.7%, 지난해 30.8%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부양의무자 폐지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부양의무자 폐지’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두루 살펴보고, 이 정책 추진에 따른 연 10조원 규모의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한 국민들의 견해를 들을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폐지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자문위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청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