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은행이 시각장애가 있는 고객의 대출과 관련해 “자필서명이 안 돼 대출신청을 할 수 없으니 후견인을 데려오라”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 장애계는 이와 관련해 공익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달 14일 A씨는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한 은행을 찾았다. A씨는 시각장애가 있어 활동보조인과 함께 방문했지만, 해당 은행 직원은 “자필서명을 할 수 없어 안 된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대출 신청을 위한 서류 작성은 ‘비전자정보’이고, A씨는 시각장애가 있을 뿐 본인 확인 등 대출을 신청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직원은 ‘후견인을 데리고 와야 한다’며 결국 A씨의 신청을 받지 않았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견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A씨를 의사무능력자로 판단해 금융거래를 제한한 것은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익 소송을 맡은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제20조(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금전대출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분리·배제·거부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충분히 의사 확인과 소통에 문제가 없고 대출 관련 내용과 서류 작성이 비전자정보임에도 제한 한 것은 정보 접근에서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런 차별행위는 앞으로 자필이 어려운 장애가 있는 사람 또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해당 은행에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직원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교육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사건으로 A씨가 받았을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은행은 “지침 상 ‘공증사무소에서 인증 된 대리인이나 제3자가 동행해야한다’고 돼 있으나, 장애유형별 등 자세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스러움이 생긴 것 같다” 며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해당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