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론] 내 발자국 뒷사람의 이정표 되리니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고난과 시련에 부딪힐 때 본시 인간은 쉽게 좌절하기 마련이다. 앞날이 캄캄하고 도저히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암울한 현실만 또렷이 보일 뿐이다. 경제의 어두운 그늘에서 서민과 농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온전히 보내기에는 힘들다는 한숨만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을 보면 답답하다.
지금 이 땅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온기는 찾아 볼 수 없고, 서로를 불신하는 미움만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모두가 잘 해보자고 다짐하고 있지만, 뜻이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고, 자꾸만 헝클어지고 있을 뿐이다.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달하고 민심을 달랠 정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 뒷사람의 이정표 되리니.” 서산대사가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세상이 영원한 것 같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영원히 지탱될 수 없다. 영원히 남는 것은 그 사람이 지닌 인격과 인품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길을 걷든지 다음 사람을 생각하며 신중하게 길을 걸으라는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한양을 지키지 못하고 의주로 몽진한 선조는 참담한 시 한편을 남긴다. 그의 아픔이 오롯이 담긴 시의 뒷부분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오늘 우리의 정치 현실에 던져주는 메시지로 들려오지 않는가.

<전략>
관산의 달을 보아도 통곡이 나오고,
압록강 건너오는 바람을 쐬어도
마음이 상할 뿐이로다. 신하들아,
이 부끄럼, 이 쓰라림을 당하게 된 것은
다들 나라 생각 않고 당파싸움만 하였기 때문인데,
이런 일을 당하고도
또 동인이요 서인이요 할 것인가.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불행해진다고 한다. 이에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국민이 불행해 진다는 말로 바꿔 말하고 싶다.
싸움의 시작은 어디에서 시작 되는가. 결국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서로를 존중해 주면서 국민이 원하는 미래의 창조적 비전을 향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토론이 있지 않은가. 국회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모든 정책들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치권 모두를 불신할 것이다. 격론은 벌이되 국민을 위해서 국민을 중심에 놓고 하라는 것이다. 조선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이 쓴 <순오지>에 ‘결자해지기시자당임기종’이라는 말이 나온다. “맺은 사람이 풀고, 처음 시작한 사람이 그 끝을 책임져야 한다” 는 뜻이다.
지방자치 민선6기를 이끌고 있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임기가 1년여를 남기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먼저 우리가 선택했던 그분들이 아름답게 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후보 시절 자신이 지역민들에게 내세운 지역발전의 청사진과 공약의 이행여부를 솔직하고도 냉정하게 따져보면 마무리를 짓는 결자해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맺은 일들이 있다면 당사자 스스로 풀어야 한다. 자신이 만들었던 일들에 남을 끌어들여 책임을 전가하고, 동정을 유발시키며 살며시 빠져나가려는 교태를 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처음 시작한 사람이 반드시 책임지고 끝을 맺어야 분란이 사라진다. 그럴 때 진정으로 지역이 화합하고 단결하여 지역발전의 성장엔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공격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어떻게 하면 경쟁자를 악의 구렁텅이로 친절하게 안내할까’ 궁리하는 낡은 구태정치를 모두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정책경쟁과 봉사경쟁을 통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적임자를 선택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후보자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쟁자들은 부단히 공부하며 준비하여 미래의 청사진으로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야한다.
끊임없이 유언비어를 생산하여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선거를 꿈꾸고 있다면 이런 후보들은 정당 공천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철저하게 외면당할 것이라 확신한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지도자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먼저 결자해지하고 경쟁의 대열에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
이는 비단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주민들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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