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에 사회적 편견 만연…“환자들 걱정 많아”

의료계, 약물과 수술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4년 기준 환자 수 총 13만8천277명

최근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를 계기로 뇌전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잘못된 편견이 확산될 경우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과흥분이나 과동기화로 인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약물 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천50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으로 뇌전증의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2.2명에서 41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병 환자수는 2012년 기준 19만2천254명으로 인구 1000명당 4명으로 대한뇌전증학회는 추측했다.
의료계에서는 뇌전증의 유병률이 실제 환자 수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나 차별로 인해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신원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데 사회적인 이슈 때문에 제도와 법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고 더욱 음지로 숨어 질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 악화 될 수 있다” 며 “이로 인해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뇌전증 환자 중에는 해운대 ‘광란의 질주’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신 교수는 “이번 사고이후 발작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들까지도 운전면허가 제한되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며 “실제로 잘 조절되는 뇌전증 환자들의 교통사고율은 거의 일반인과 비슷하다. 따라서 지나친 우려로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뇌전증 환자 수는 총 13만8천277명으로 소아 및 청소년기 환자가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연령에 따라 발병 원인도 각각 다르다. 소아 및 청소년기 뇌전증은 분만손상, 중추신경계 발달장애나 유전적 성향이 주로 원인으로 꼽힌다. 중년 이후에는 뇌졸중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고령에는 퇴행성 신경질환이 뇌전증을 유발하는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시키거나,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는 뇌전증 치료의 근간이 되는 약물치료다. 일반적으로 환자 70% 이상이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20~30% 환자는 약제 불응성 난치성 뇌전증에 해당되는데 이때 수술치료, 미주신경작그술, 케톤식이요법 등이 이용된다.
신 교수는 “뇌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그동안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관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좋지 않은 시선과 더불어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뇌전증학회는 4일 낸 긴급성명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처음으로 발생한 당뇨와 고혈압이 동반된 뇌전증 환자의 큰 교통사고를 마치 뇌전증이 원인인 듯이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며 “18세기 마녀사냥하는 것과 같이 뇌전증의 사회적인 낙인을 악화시키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로 느껴진다” 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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