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적발달 장애인의 인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봉주 (시인)

지금 전국 장애인 보호시설들은 모두 만원이다. 장애인 장기 보호시설마다 보통 삼십여 명 이상이 입소 대기자가 등록되어 있다. 입소자가 비정상적으로 퇴소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기자는 입소할 수가 없다. 대기자는 평생 대기자로 생을 마감 할 수도 있다. 지적발달장애인의 부모는 모두 다 자식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것이 소망이라고 한다. 이 사회가 아직은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을 남겨 두고 가기가 불안하다. 부산의 한 경찰관이 지적장애인 자녀와 동반자살, 지적발달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이다. 장애인의 날 일반인들이 장애를 체험을 하며 관심을 보이는 듯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장식했지만 정작 그 날, 그 날의 주인공인 장애인들 200여명이 청와대 앞에서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삭발한, 몇 줄의 기사는 신문 저 쪽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의 눈길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릴 때는 특수학교를 보내고 부모들이 사회 활동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24시간 가족들이 돌봐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적발달장애인과 가족 모두 사회에서 고립된 채로 살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보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주간 보호시설과 단기 보호시설에 보내려고 해도 이마저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보호시설 부족도 문제지만, 특수 학교와 보호시설의 인권침해와 성추행, 성폭행이 더 큰 문제다.
장애인들이 성폭행을 당해도 타인에게 자기 의사를 제대로 전달 할 수 없거나 어떠한 불이익에 대한 공포심, 강압에 의해 성폭행 사실이 감추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장애인 성폭행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밝혀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누구나 ‘장애인 성폭행’이란 검색어만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수없이 검색되는 사건으로 추론할 수 있다.
전국을 들썩이게 한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 이후 울산도가니(메이리 청각장애특수학교 성폭행사건), 천안도가니(천안인애학교 성폭행사건), 원주도가니(자신보육원 폭행 및 성적 학대 사건), 인천도가니(중증장애인생활시설 명심원 노동착취 사건), 태백도가니(태백미래학교 성폭행사건) 이처럼 끝없이 장애인 인권침해와 성폭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지적발달장애인이다. 관계기관에서는 인권실태조사 나간다며 야단법석을 떨고 갖가지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젠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여성장애인만을 수용할 수 있는 『특수여학교』를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교직원과 종사자가 모두가 여성이어야 한다. 여성전용장기보호시설을 금남禁男의 집으로 하여, 여성장애인들을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장애인에게 남성은 스승도 종교인도 믿을 수 없다. 특수학교와 보호시설을 남자와 여성을 분리해서 여학교와 여성시설에는 교사와 종사자를 여성만 채용한다면 성폭행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성장애인 보호시설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예산 탓만 할 것이고 학교나 보호시설을 지으려면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 인간의 간절함은 신에게 무릎을 꿇게 한다. 서울강서지역 특수학교 장애인 엄마들은 인간에게 무릎을 꿇었다.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존 장애인 학교와 보호시설을 여성전용시설로 단계적으로 바꾸고 이로 인해 부족해지는 남성학교와 남성시설을 새로 지어야 한다. 전국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시설을 우선적으로 모두 여성시설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날이 와야만 여성장애인들을 지옥 같은 성폭력도가니 속에서 구원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감히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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