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죽은 새를 만나다

이영춘

청평역 플랫폼에
밤톨만 한 새 한 마리 쓰러져 있다
고, 어린 것이 왜 죽었을까?
노랑색 바탕에 파랑색 줄무늬 날개옷을 입은
환상의 무지개다
스크린도어가 궁전인 줄 알고 날아들다 유리문에 박혀 뇌출혈을 일으킨 걸까?
어느 산속 외딴 숲에서 사람이 그리워 내려왔던 길일까?
바람의 시샘에 집을 잃은 것일까?
고, 작은 예쁜 몸으로 무엇이 그리웠을까?
지상에는 흉악한 물건과 눈알과 불빛과 송곳과 간사한 사람들의 마음이 살고 있는데
어린 너는 ‘천진, 순진’만 믿고 세상이 그리워 왔던 것인가 보다
말없이 애타게 불쌍하게 죽은 네 어린 목숨을 보며
무기력한 나를 원망한다
더구나 너의 작은 몸을 내 손수건에 고이 감싸 안고 와
어느 개울가 돌무덤에, 혹은 꽃나무 가지 밑에 묻어주지 못한 나를 후회한다
나는 나를 장사 지내야 한다
판결문 한쪽에 비수를 꽂듯이
비정했던 나의 몸과 마음에
붉은 수의를 입히고 있는 밤이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1976년 『월간문학』등단
· 시집 :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 시선집 :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경희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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