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겨울 편지 – 이영춘

흔들리는 바람의 가지 끝에서
셀로판지처럼 팔딱이는 가슴으로 편지를 쓴다

만국기 같은 수만 장의 편지를 쓰던 그 거리에서
다시 편지를 쓴다

그대와 나 골목 어귀에서 돌아서기 아쉬워
손가락 끝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
한 쪽으로 한 쪽으로만 기울던 어깨와 어깨 사이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
그림자처럼 길게 구부러지던 길모퉁이에서
뜨겁고 긴 겨울 편지를 쓴다

오늘은 폭설이 내리고 대문 밖에서 누군가 비질하는 소리
그 소리에 묻혀 아득히 멀어지다가 다가오는 소리
그대, 눈V이 되어 눈발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소리
이 겨울밤 내 창 문풍지 뜨겁게 흔들리는데
나는 그대의 언 땅에 편지를 쓴다

달빛 휘어진 어느 길모퉁이에서 헤어진
꽃잎 같은 사랑으로 꽃잎처럼 사라져간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 이영춘 · 평창 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 이영춘
· 평창 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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