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질환자를 요양 시설에 강제로 입소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법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9개 정신요양시설을 방문해 입·퇴소 절차와 기본권 보장 수준 등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권고 결정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신요양시설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보호 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이나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만 퇴소할 수 있는 입·퇴소 절차가 인정된다.
하지만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 입원 규정이 있는 이유는 신속하고 적정한 치료를 시행하기 위한 것” 이라며 “치료기능이 없는 사회복지시설인 정신요양시설에 정신장애인을 강제로 입소시키는 것은 자기결정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간호사 2명이 입소자 68명을 돌보는 점 등을 살펴볼 때 정신요양시설에서 ‘요양’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 며 “10년 이상 장기 거주한 입소자도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주’ 서비스 제공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정신요양시설 ‘비(非)자의’ 입소 조항을 폐지하고, 입소 적격성 심사에 의한 입소 절차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 조사에서 정신요양시설의 인력·편의시설 부족 문제도 드러났다. 장애인복지법상 지적·시각장애인 거주시설의 인력배치 기준은 장애인 5명당 지원인력 1명이지만, 정신요양시설은 14명당 복지사 1명꼴이었다.
인권위는 “고령 입소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며 “정신요양시설 인력배치 기준을 개선하고, 정신장애인 거주환경에 대한 최저기준을 마련하라” 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의 탈시설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향후 국가계획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방문한 9개 시설의 평균 정원은 228명이었고, 평균 입소자는 154명이었다. 이들 중 자의 입소자가 60%, 비자의 입소가 40%였다.
입소자 87%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지적장애 5%, 기타 3%, 조울증·우울증 각각 1% 비율이었다. 입소자의 35%가 시설에서 10년 이상 장기 거주했으며 60세 이상 입소자 비율은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