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지적장애인의 고소 나 몰라라”주장

인권위 진정 “‘잠실야구장 노예’ 검사 징계하라”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3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불기소 관련 검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단체가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의 가해자인 친형을 불기소한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검찰이 고소장을 받고도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에게 불기소 여부와 이유를 알리지 않았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의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A씨(61)는 자신을 잠실야구장에 보내고 급여와 장애 수당을 가로챈 친형 B씨(74)가 불기소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이 고소인인 A씨에게 이를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처분 3개월 만인 지난 24일 검찰청을 방문해 결정문을 발급받고서야 불기소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정 대리인인 염형국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A씨는 고소장을 제출하며 B씨를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알리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258조는 ‘검사는 고소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때에는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지사건(수사기관이 직접 범죄혐의를 포착해 진행한 사건)으로 분류돼 처분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염 변호사는 “고소장을 받고서도 인지사건이라 통지 의무가 없다는 변명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적장애를 이유로 의사를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A씨의 상황판단력이 지체 수준’이라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인용하며 “A씨의 진술에 구애됨 없이 B씨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은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 진술이 의미 없다며 처벌 의사를 사실상 부정한 것”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검찰의 인식이 너무나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검찰이 피해자는 외면한 채 가해자의 변명만을 인정한다”며 담당 검사를 징계하고 전면 재수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형사사법절차에서 장애인의 인권이 외면되고 있다며 검사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와 같은 인권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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