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24절기로만 보자면 이 입춘이 바로 새로운 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24절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양력이나 음력이 아니라 바로 태양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는 만세력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만세력을 기준으로 할 때는 바로 입춘일이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입춘일은 주로 양력으로는 2월 4일이나 2월 5일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띠라는 개념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입춘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2012년이 임진년이라고 해서 양력 2012년 1월 1일에 태어난 사람부터 용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음력을 기준으로 한 2012년 설인 2012년 1월 23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을 용띠로 보는 것도 아닙니다. 2012년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입춘일인 2월 4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용띠가 아니라 토끼띠가 되는 것이며, 2월 4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부터 용띠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띠는 이러한 만세력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입춘은 한자의 뜻 그대로 바로 봄에 들어섬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바로 이 입춘이 지나면 이제 봄이 온 것이라고 여기지요. 하지만 (1981년에서 2010년까지의 서울 기온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이 입춘일의 평균 기온은 영하 1.5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봄이라고 볼만한 기온은 아니지요. 오히려 이 입춘일을 전후로 하여 추위기 기승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 ‘입춘한파’라는 말도 있고, ‘입춘 추위가 김장독을 깬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춘일을 지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이 추위도 서서히 풀리게 됩니다. 어쨌든 동장군의 기세도 입춘을 전후하여 물러가게 되어 있는 셈이지요. 보통 입춘이 되면 농촌의 경우 겨우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농기구도 정리를 하면서 새로운 농사에 대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입춘은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날 우리 선조들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경사스럽고 길한 일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또한 한 해가 평안하고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면서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과 같은 글귀를 써서 대문에 붙여 놓고는 했습니다.
입춘일에는 햇나물 무침을 먹는 풍속 또한 있었습니다. 경기도 내의 산이 많은 지방에서 캐낸 햇나물을 임금에게 진상하고 이를 겨자와 함께 무친 것을 ‘오신반’이라고 하여 수라상에 올렸는데, 이는 겨우내 부족하였던 신선한 야채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것을 민간에서도 따라하여 햇나물을 먹는 풍속이 생긴 것입니다. 이와 함께 농가에서는 보리의 뿌리를 뽑아서 한 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보리의 뿌리를 뽑아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하였지요. 또한 오곡을 솥에 넣고 볶을 때 맨 먼저 솥의 바깥으로 튀어나온 곡식이 그 해 풍년이 들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절기상으로는 봄이 찾아오지만 아직은 겨울이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것이 바로 입춘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봄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입춘일이지요. 그래서 우리들 또한 오래전 선조들처럼 입춘이 되면 마음속으로부터 조금씩 봄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추위로 움츠러든 몸을 펴고, 이제 도래할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활짝 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입춘일에 해 볼만 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자료제공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