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우수(雨水)는 24절기 중 두 번째의 절기로, 입춘과 경칩 사이에 놓여 있는 절기입니다. 비 우(雨) 자와 물 수(水) 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눈이 비로 바뀌게 되며 얼었던 땅이 녹고 따듯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라는 의미입니다. 옛 문헌에 보면 입춘이 지나면 차가운 북풍이 약해지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우수라는 절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수는 양력으로 2월 18일 또는 2월 19일에 들어섭니다. 입춘과 마찬가지로 우수일의 경우에도 보통은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 해 겨울의 마지막 추위이겠지 하면서 참고 있는 사람들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과도 같은 형국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우수의 추위는 이미 입춘도 지난 후에 오는 것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겨울의 혹독한 추위로 이력이 생겨서 그런지 견디기가 한결 수월한 것도 사실입니다.
보통 이러한 우수를 즈음해서는 농부들이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채비를 하고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각종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탓에 구태여 병충해 예방을 위해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워야 할 일도 없고, 자칫 이렇게 논이나 밭에 불을 놓았다가 건조한 날씨에 산불로 번지는 위험성도 많아 이런 풍습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수와 관련한 속담들도 많이 있는데 ‘우수 뒤의 얼음갈이’라 하여 우수가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고 하였고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이 풀린다’고 하여 우수를 지나면 평양에 있는 대동강의 얼음도 풀리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얼어붙는다’라고도 하였으니, 이는 우수를 지나면서 조금 따듯해졌던 날씨가 경칩 즈음하여 꽃샘추위와 함께 다시 추워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절기와 절기 사이에는 15일이 끼어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이것을 다시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하고는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수 이후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지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조금 춥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10일 정도가 지난 2월 말에는 아마도 봄바람을 만끽할 수 있게 되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꽃샘추위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우수의 추위는 그 해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말이니 한 해의 6분의 1이 지난 셈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겁을 내게 되는 것이 또 우수일이기도 합니다. 눈 깜박할 사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추위에 잔뜩 움츠릴 것이 아니라 마지막 추위에 정신을 차리는 것, 그것이 봄의 훈풍을 만끽하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료: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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