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춘분(春分)은 경칩 다음에 오는 절기로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입니다. 봄의 춘분은 가을의 추분과 함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이기도 하지요. 춘분일과 추분일에는 태양이 적도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것이고요. 보통 춘분은 양력 3월 20일이나 3월 21일에 위치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입춘일을 기준으로 봄이 시작되는 것으로 여기지만, 유럽 등에서는 바로 이 춘분일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만큼 봄과 관련이 있는 절기가 바로 춘분이지요.
날씨로만 보면 입춘 보다는 춘분이 더 봄에 가깝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춘분은 봄 춘(春) 자가 들어 있는 유일한 절기이니, 춘분이 왔다면 이제는 봄이라는 계절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무를 수 없게 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아무리 추운 북쪽 지방이라고 하여도 ‘추위는 춘분까지’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이며, 추운 겨울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춘분부터 청명에 이르는 시기는 일 년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때문에 한 해 중 농사를 짓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하지요. 그래서 이 춘분의 시기에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1년 내내 배가 부르지 못하다’ 라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때 이웃끼리 파종할 씨앗을 서로 교환하고, 그 씨앗을 심는 시기로 삼았지요.
하지만 이러한 춘분이 호락호락 오는 것은 아닙니다. 춘분을 며칠 앞둔 시기에 폭설이 내리거나 거센 바람이 불어서 사람들을 당혹케 만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때를 전후하여 찾아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부릅니다. 꽃이 피는 것을 날씨가 시샘하여 마지막 추위로 심술을 부린다는 의미이겠지요. 그래서 ‘음력 2월 바람에 김칫독이 깨진다’거나 ‘꽃샘추위에 설 늙은이 얼어 죽는다’”와 같은 속담도 나온 것일 테고요.
그리고 춘분일의 날씨를 통해 한 해 농사의 풍흉을 비롯해 다양한 1년 운수를 점치기도 하였습니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였으며, 해가 뜰 때 푸른 구름의 기운이 있으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반면에 춘분일에 구름이 없으면 오히려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지요. 또한 춘분일에 동풍이 불면 보리값이 내린다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해진다고, 남풍이 불면 오월 뒤에 가물게 될 것으로,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해질 것으로 예측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제 먹는 것을 걱정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과거처럼 보릿고개가 있는 것도 아니요, 쌀이나 보리의 수확량에 따라 먹고 사는 일이 크게 변하는 때도 아니지요. 그러니 춘분일의 날씨로 한 해를 예측해보는 수고도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이처럼 한 해 농사의 풍흉에 따라 삶의 고단함의 정도가 달라지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가끔 이렇게 하나의 절기가 돌아올 때마다 고단하였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의 풍족함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자료 :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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