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춘천-이영춘

춘천

이영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춘천 불닭갈비집’이 냄새를 풍기며 달려 나온다
들어가 보지 않아도 이 도시 사람들의 근성
불에 허옇게 익은 얼굴들이 붉은 살점들을 뚝뚝 끊어
서로를 교환한다

오래 몸에 밴 인연처럼 자욱한 냄새가 코끝을 파고들면
만나지 않아도 다 고만고만한 이웃들의 발길 트이는 얼굴, 얼굴들
지글지글 세상 근심을 풀어내듯 옹진 화덕 불에
계륵(鷄肋)이 없는 계륵 같은 말들을 풀어 놓는다
빨간 말들이 빨갛게 익어가는 밤,

맑은 소주잔에 어슴프레한 눈알 같은 달이 뜨면
인연처럼 끈끈한 냄새 밴 얼굴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심장처럼 오그라든 불판들은 여기저기 고도처럼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초저녁부터 기다리던 달이 빠르게 걸어 내려와
호수의 긴 입과 긴 문을 안개로 잠그고
혼곤한 잠에 드는 이 도시의 밤, 춘천

* 이영춘
* 평창 봉평출생
* 경희대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전, 원주여교 교장
* 현,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 1976년’월간문학’ 신인문학상 당선 등단
* 시집 <시시포스의 돌> <슬픈 도시락>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 가다>
시선집 <들풀>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고산윤선도 문학대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등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