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은행 대출 거부 관행 바로잡아야”

인권위, 금융감독원장·금융위원장에게 개선 권고

지적장애를 이유로 은행 대출을 거부해왔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A씨는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용 대출을 위해 디딤돌대출 수탁은행인 ㄱ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고, A씨의 형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은행은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로 피해자의 대출을 거절한 것이 아니며, 관련 업무편람 등에 따라 피해자의 대출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능력 및 상품 주요 내용 이해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의사능력 및 대출상품의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대법원 판례에서 지적장애인의 금전 계약이 무효 판결된 사례가 있는바, 이 사건 아파트 잔금대출 과정에서 후견인 없이 대출약정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은행이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임을 확인한 후 업무편람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후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문제 삼아 대출을 거부한 것”이라고 보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특별공급 및 장애인 가구 금리 우대를 적용하는 디딤돌 대출의 취지가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피해자의 대출 목적이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잔금대출을 받아 입주하기 위한 것인 점, 피해자가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취업하여 10년간 경제활동을 해 온 점 등을 살펴볼 때, 피진정은행이 대출을 거절한 이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은행에 ▲피해자가 대출받기를 원하면 대출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 ▲지적장애인이 대출 신청 시 의사능력 유무를 사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함이 없이 후견인증명서 또는 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법원 판결문을 요구하는 업무방식을 시정할 것 ▲지적장애인에 대한 의사능력 유무 확인 시 알기 쉬운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는 등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장에게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대출 등 금융 상품에 대해 알기 쉬운 안내서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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