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하라”

관련 예산 확대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적극 추진해야

장애인단체들이 오는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장애·인권·사회 분야 190여개 단체가 연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민명령 1호이자 공약 사항인 ‘장애등급제 폐지’가 31년 만의 변화를 맞게 됐지만, 관련 예산은 그대로인 채 껍데기만 둔갑한 ‘가짜’ 폐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 반영도 되지 않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사기”라면서 “국민총생산 대비 장애인 관련 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4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정부가 장애인이 처한 환경, 필요 등을 반영하겠다며 내놓은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가 기존 등급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사 내용을 보면 장애등급제와 유사한 의학적 기능 제한 평가 비중이 더 높아졌다” 며 “기계적이고 일방적인 판정 방식은 장애인의 필요·욕구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7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할 것”이라며 “장애등급제를 제대로 폐지하기 위한 예산 확대 필요성을 알리고 종합조사표 상담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4일과 28일 보건복지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행진에 나선다. 7월 1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집중 집회를 열어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석암재단 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도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는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조속히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2009년 석암재단 석암베데스다요양원 생활인들은 탈시설·자립 생활 쟁취를 외치며 62일간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을 했고 이 투쟁으로 서울시는 지자체 중 최초로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이 지난 2019년 당시보다 시설은 4개 더 생겨 45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아직도 2천524명이 살고 있다” 며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시설에 갇혀있는 장애인들이 단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두가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까지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단체는 기자회견 후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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