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재단이 제정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 19일로 17회째를 맞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뒤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신고접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대아동이 발견되는 비율은 1000명당 1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5 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건은 총 1만9천203건이다. 2011년 1만146건에서 두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전국 단위 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은 1.32‰(퍼밀·천분율)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 1000명 당 학대 피해아동 수를 말한다. 지난해 1.10‰에 비해 약 0.2‰p 가량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발견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달랐다. 미국은 아동 1000명당 9명(9.4‰)이, 호주는 1000명당 8명(8.0‰)이 학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발견되는 아동학대 사례보다 실제 일어나고 있지만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왜 아동들에게 학대를 가하는 것일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올 2월부터 4월까지 아동과 성인 377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결과 성인 10명 중 3명(25%)은 부모가 ‘양육방법을 몰라서’ 학대를 가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분노 조절을 못해서(21%) ▲아동을 소유물로 여겨서(18%) ▲자신들이 자라온 환경이나 현재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때문에(11%) 등의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학대에 대한 인식과 신고인식의 결여 때문에 야기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1만1715건 중 부모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는 9천348건(79.8%)에 해당했다. 아동학대 사례 10건 중 8건은 부모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최근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지난 6월부터 2개월 간 전국 16개 시·도 초·중등생들의 부모 8천91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체학대의 경우 ‘이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모 8천915명 중 절반이 넘는 4천546명(51%)은 아동을 꼬집는 행위에 대해 ‘학대가 아니다’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등 ‘학대가 아닐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손바닥으로 얼굴, 머리, 귀 등을 때리는 행위, 도구(벨트·골프채·몽둥이 등)를 이용해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는 각각 전체 응답자의 10.1%(906명), 9.1%(811명)가 ‘학대가 아닐 수 있다’고 응답했다. 아이에게 ‘바보’ 또는 ‘멍청이’라고 부르거나 욕을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학대가 아닐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3.1%(3천839명), 14.3%(1천274명)로 나타났다. 아울러 아이의 식사를 제 때 챙겨주지 않는 행위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행위 등 ‘방임’에 대해서도 각각 28.1%(2천508명), 14.6%(1천302명)로 ‘학대가 아닐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1년 간 주변에서 아동학대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212명 중 177명(83.5%)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부모의 자녀 훈육은 상관할 일이 아니어서(26%·46명)’, ‘신고가 아동에 해가 될까 봐(22.6%·40명)’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각이 학대 상황을 방관하게 만들고 결국 아동의 희생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체벌과 학대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도 적극 신고하는 등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