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염전노예’ 피해자 최저임금 아닌 농촌일당으로 보상해야”

“일이 고된 염전노동, 최저임금 적용은 부당”
노동력 착취 당한 유사 소송에 영향 줄 듯

◇ 자료사진

‘염전노예’ 피해자의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최저임금이 아니라 농촌일당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신신호)는 지난 18일 염전에서 노예 같은 노동을 했던 피해자 김모(51)씨가 염전주 김모(69)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억6천8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염전에서 육체노동을 해온 김씨의 임금을 농촌일용 노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염전은 일이 고돼 도시보다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8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이 신안군의 염전노예 피해자 10명한테 최저임금을 적용해 배상액을 산정한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앞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해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돌려받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농촌일용 노임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농업종사자의 평균적 소득을 이른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하루 10만7천415원, 월급으로 치면 268만원이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 한 달 치 135만2천230원(시급 6470원)의 2배 수준이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배상법의 장애판정 기준을 적용해 지적장애 3급인 김씨의 노동능력이 염전에서 일할 당시 40%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11년 동안 농촌일당 2억3천308만원의 60%인 1억3천985만원과 이자, 위자료 1천500만원을 합한 액수를 배상액으로 봤다.
김씨는 2003~2014년 전남 완도군 한 염전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경기 남양주 출신인 그는 직업소개소 등지를 통해 염전으로 간 뒤 염전주한테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학대를 받았다. 하지만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염전주 김씨는 구속돼 지난해 1심에서 폭행과 근로기준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면서 수사기관의 일제점검을 통해 발견됐다.
김씨는 국가가 3차례 인권 침해를 내사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가 늘어났다며 국가배상소송을 진행 중이다.
염전노예 피해자의 소송 11건을 진행한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보상액을 최저임금이 아니라 농촌일당을 적용해 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김씨가 일한 염전은 고도의 지적 활동을 요구하지 않고, 이후 생산직 현장에서 지장이 없이 노동을 하는데도 임금의 60%만 지급하라는 것은 차별”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함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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