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독거노인-이영춘

독거노인

이영춘

내 이웃에 혼자 사는 한 노인
점심때가 되면 울밖에 나가
솟대처럼 서 있다
하루 한 끼 동사무소에서 자원봉자자가 갖다주는 도시락,
그 밥이 고마워 연신 도시락에 대고 인사를 하는데

“평생 마누라 배도 제대로 못 채워주고 살다간 남편보다 나으이!”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디 있담!—어디 있어!—
누룽지 같이 꺼끌꺼끌한 손가락 펴
“나랏님 잘 되라고 나라도 빌어야제, 그래야 내가 배불리 먹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고맙다는 말, 입에 달고 사는 노인

나는 하루 세 끼 먹는 내 밥이 부끄러워 뒷짐 지고 하릴없이
내 집 마당을 어슬렁거리는데—

* 이영춘
* 평창 봉평출생
* 경희대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전, 원주여교 교장
* 현,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 1976년’월간문학’ 신인문학상 당선 등단
* 시집 <시시포스의 돌> <슬픈 도시락>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 가다>
시선집 <들풀>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고산윤선도 문학대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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