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초수급자 노인 100여명이 폐지와 리어카를 끌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주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2년 연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저소득 노인 37만명은 내년에도 기초연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만 올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아 온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도 15%까지 올리는 안이 논의됐으나 끝내 무산됐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일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2020년도 복지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상 생계급여·기초연금 동시 수급자 부가급여 소요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 이하는 매월 기초연금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생계급여 수급 노인은 받는 즉시 이를 돌려줘야 한다. 이는 ‘보충성 원리’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자신의 소득·재산 및 다른 법적 지원에도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 기초연금을 비롯해 국민연금, 산재보험, 실업급여 등이 발생하면 생계급여 수급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도 올라가 그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된다. 자칫 기초생활보호 대상에서 탈락할 우려도 있다.
내년도 예산 확정으로 내년 1월부터 기초연금 월 최대 30만원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40%까지 확대되지만 정작 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 노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 수급하는 노인에게 월 10만원 부가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논의했지만 무산됐다.
올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가 37만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하기 위한 예산 3천651억 원을 증액하기로 했지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공공의대와 사회서비스원 관련 예산을 두고 자유한국당 등이 반대하면서 결국 예산결산위원회에는 정부 원안이 제출됐다.
이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을 뺀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에서도 부가급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정부와 국회는 늘 ‘우리사회 가난한 노인들의 절박한 삶을 돌보겠다’ 공언하고 ‘우리사회 분배격차 개선을 위해서는 하위계층 소득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예산 심의에서는 이를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주도하는 ‘4+1 협의체’ 예산안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절망스럽다” 며 “언제까지 가난한 사람의 예산은 정치권 협상에서 희생양이 되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