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숙
어머니가 엉거주춤 일어서신다.
머위, 씀바귀, 부추, 달래도 따라 고개를 내민다
괭이처럼 꺾인 몸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고지서 몇 장 꽂고 가는 우체부에게 마실 것을 건네듯
풀꽃들에게 매일 아침 안부를 묻는다
맨드라미, 봉숭아, 과꽃들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면
햇살을 떠 꽃봉오리를 그리시는 어머니
옹이 박힌 몸
죽으면 썩어질 것 아낄게 뭐 있냐고
턱에 받치는 숨을 한줌씩 밀어내며
뜰 안 언덕배기를 오르신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기어오르는 일
속이 꽉 찬 배추고갱이처럼 끌어안는 일
목숨 한 끝은 땅에 묻고
한 끝은 하늘에 건 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텃밭이 되는 일
* 송병숙
* 1982년 「현대문학」 초회추천부터 활동,
* 시집「문턱, 「‘를’이 비처럼 내려」
* 현)삼악시동인회장, 강원문인협회, 강원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학회 회원,
* 역임)강원여성문학인회장, 원통중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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