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뿌리에 관한 보고서

최숙자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복 무렵이면
푸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그물을 던지는 실새삼*

-애야, 그거 뿌리 보면 안 된다
메밀밭을 매던 아버지는
뭔가 들킨 사람처럼
집으로 들어가라고 호통을 치셨다

뿌리 보면 죽는다는 속설 때문에
어린 딸이 보기라도 할까
그처럼 서두르시더니
혹여, 없는 뿌리라도 보셨는가
일찌감치 곁을 떠나신 당신

뿌리 없는 아픔을 견디며
풀밭에 얹혀사는
더부살이 풀

뿌리는 하늘에 있고
나는 여태 메밀밭에 있다.

* 실새삼: 종자는 토사자 무근 초라고 부른다.

· 최숙자
· 강릉출생
· 2004 문학마을 등단
· 시집 [내가 강을 건너는 동안] [안개의 발]
· 관동문학, 강원문인협회, 강원여성문학인회, 양양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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