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늙은 아이


이영춘

컴퓨터 단층촬영(CT)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문득, 흰 환자복을 입은 아버지가 겹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시티 촬영기 앞에서 그렇게 발버둥 치던 아버지

끝내 찍어 보지도 못한 채 소마톰 센세이션 somatom sensation 같은 무덤 속으로 가셨다

영리했던 아버지였는데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관棺 속에 들어간다는 착각이었을까

무덤 속으로 떠난다는 암시였을까 그 아버지 오늘,

내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와 눈물을 훔치신다

“아프지 마라, 죽고 나니 다 소용없다”

“너도 벌써 아플 나이가 되었나 보구나!”

킁킁 가래 끊는 기침 소리와 돌가루로 부서져 내리는 목소리가

소마톰 센세이션 기기 속에서 팽팽하게 나를 조이고 있었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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