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이 떨어지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현황 전국 실태조사를 현실화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근로자 산재 예방을 위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5월 광주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김재순씨의 죽음을 계기로 장애인 근로자의 안전한 근로 환경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살 지적장애인 김재순씨는 지난 5월 22일 홀로 폐기물 파쇄기 청소작업을 하던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다발성 분쇄손상’으로 숨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보호장비나 비상 버튼 하나 없이 혼자 작업을 했으며, 관련법에 따라 파쇄기 입구에 덮개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고인은 이 회사에서 2018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14개월간 근무하다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그만두었지만, 재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퇴사 3개월 만에 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후 고인은 10개월간 위험한 파쇄기 앞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하게 됐다.
김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제출받은 ‘장애인 고용기업체서의 근로자의 업무관련 사고 및 질병 발생 현황’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기업체에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2017년 16만3천 명에서 2018년 17만9천 명으로 9.8% 증가했지만, 산업재해 건수는 2017년 1천81건에서 2018년 1천426건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장애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근로자의 산재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장애인이 직업 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년 1회 이상 장애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현황에 대해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태조사가 단순히 산재 발생 전체건수와 발생 비율만을 조사하고 있어 지역별, 업종별, 연령별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고 실태조사에 따른 대책 마련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장애인고용법 개정안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장애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산재 예방과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에 필요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故김재순씨가 숨진 작업장은 2014년에도 60대 근로자가 사망했지만 이후 근로감독이나 안전대책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다”면서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재 예방에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해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취약한 근로자가 가장 위험한 현장에 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다시 한 번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제2의 김재순씨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법 의지를 밝혔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