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드루킹

드루킹

박혁종 / 본지 대표

‘드루킹’은 유명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에 나오는 ‘드루이드(고대 유럽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이다. 드루킹은 ‘드루이드의 왕(king)’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3일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는 정치 공세라면서 대신 시한이 다가온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맞섰다.
이에 따라 특검법을 공동으로 발의하고, 이와는 별도로 국정조사요구서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한 것은 야3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60석, 그러니까 국회 재적의원의 절반이 넘어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갈 경우 특검법 통과 요건은 충족된다.
야 3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안 협상과 관련해선 개헌의 본질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음을 확인하고, 분권과 협치 실현이 가능한 정부 형태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기로 하자 민주당도 오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 후 지도부에 판단을 일임하기로는 했는데, 지도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에서는 댓글 조작에 관련된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고, 정치세력들은 이에 매몰되어 깊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정농단 사건과 군부대를 동원한 여론 조작의 적폐가 청산되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댓글 조작과 여론 왜곡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숫타니파타’의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한 경’에서는 “동요 없는 지혜로운 님에게는 어떠한 유위적 조작도 없으니, 그는 유위적인 조작의 노력에서 벗어나 모든 곳에서 안온을 본다”라고 설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유위적 조작’이 바로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상의 여론 왜곡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위적 조작에 빠져드는 사람은 질투하고, 탐내고, 동요하고, 공평하지 않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존재들이다.
고요하고, 관대하고, 얻거나 잃는 것이 없는 사람은 결코 유위적인 여론 조작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론을 조작하여 일시적으로 비난을 피하거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곧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돈, 명예 등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일수록 내려놓고 포기하기 보다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일시적인 여론 조성이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조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을 만큼 충분히 어리석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결국 파멸로 이끄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행위들은 삼독(三毒) 즉 탐욕(貪), 증오(瞋), 어리석음=무지(癡),의 화살을 날려 서로를 반목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하고 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폭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이버 상에서 추구했던 직접민주주의가 위기로 가고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고도정보사회의 장점이 조작과 왜곡으로 인해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왜곡된 현상을 직시하고 진위와 옥석을 가려내는 밝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조율하고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38년 동안 미시간대학 총장을 지낸 J.B.에인절(재임 1871~1909)이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더 많은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자리에서 38년이나 훌륭하게 자리를 지킨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경청’이었다. “오랫동안 그 어려운 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그가 은퇴할 즈음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에인절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팔보다 안테나를 높이는 데 있었습니다” 항상 아랫사람에게 나팔처럼 떠드는 것보다는, 안테나가 전파를 잡아내는 것처럼,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과묵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다른 이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예스맨이 되라는 뜻도 아니다.
좋은 의견은 잘 받아들이고, 나쁜 의견은 그것이 왜 나쁜 의견인지, 의견의 발안자와 의견을 듣는 자기 자신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훌륭한 경청의 자세인 것이다.
정부의 관료나 국회의원 등 정치지도자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는 국민의 피와 땀으로 쥐어다준 것인 만큼 지금의 국민의 소리를 잘 경청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면 당신의 귀는 당신을 곤란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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