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월정사

황상순

‘월, 정, 사-’ 가만히 불러보면
깜깜한 오밤중이라도
어떤 스님 머리통이 달덩이로 떠오르고
어떤 날은 ‘월쩡’, 짧게 읊조리면
월정사 앞 맑은 개울
달구경 나온 열목어가 휘리릭 헤엄치고
또 어떤 날은 그저 맘속으로만 월정사를
그리는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이면
대적광전 뒤 빗자루를 들고 계신 큰스님의
보름달처럼 형형한 눈
앞마당 구층석탑 모서리까지 훤히 다 비춘다
오늘, 남쪽 먼 절 송광사에서
흩 곁 가사의 ‘법쩡’ 스님 다비하는 날
월정사에 대해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마른 장작처럼 타오르는 그 스님만 생각했는데
처마 높은 월정사 통째
휘영청 밝은 달로 높이 떠올라
북대 동대 두로 상왕 비로
흰 눈 덮인 다섯 개 봉우리를 훤히 다 비추니
마음 먼저 앞세운 한겨울 속 오대산
커다란 연꽃으로 두둥실 피어난다
‘월, 정, 사-’

* 황상순 시인
* 봉평출생. 1999년 월간 「시문학」 등단.
* 시 집 : 『어름치 사랑』, 『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
『비둘기 경제학』 등이 있다.
* 수 상 : 2015년‘한국시문학상’수상 등.
전, 수원세무서장.
현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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