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옥잠화

김금분

흰 피가 솟았다는 목을 기억하는지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삼악산 기슭에
옥잠화 활짝 피어 향기 가득 채운다.
북한강이 흐르고 경춘선 지나가는
저 건너 강촌역을 내려다보며
초록 철대문집 혼자 여닫는 여자
먹는 것이라곤 산이슬밖에 없는데
팔십 넘은 열 손가락 굵은 옹이로
토종알, 산수유, 보리수 열매 경작하여
한 아름씩 안겨주는 지락헌 산보살
그녀 생의 쓴 맛을 세월로 거두어
내게는 혀끝마다 달콤함이 묻어나는 선물
오늘은 하얀 옥잠화 숲에 묻혀
여신女神들 옷자락을 썩썩 베어서
물 뿜은 신문지로 말아
반역투성이 내 항아리에 성화를 꽂으신다.

·김금분
·춘천 출생
·춘천여고,
·한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월간문학으로 시인 등단(1990년)
·시집 <화법접환 > 외
·춘천 글소리낭송회장
·전 강원도의원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