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알卵

엄인옥

생월과 생일을 표기한 달걀이 마트에 진열되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느 혈통으로 길러졌는지
붉은 잉크로 찍혀 있는 달걀 한 판
유심히 들여다본다

저 달걀이 열자리 수식으로 표기되듯
나 또한 암호화된 숫자로
명명 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배냇짓과 갓난아기가 교감해야 할 기억의 비례
태생을 이끌고 온 유전은
아직도 뿌리를 갖고 있을까

서로 다른 성씨가 하나의 일가를 이룬다 해도
저쪽과 이쪽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유통기한처럼 거둬들여야 할 운명도 있을 것이다

한 날 한 시 포장된 달걀 한 판에도
색이 조금씩 다른 노른자를 품고 있어

동사무소에 가면 칸칸이 나열된 이름들 사이
낯선 나를 보게 된다

나는 어디서 어디로 옮겨와
이 生이 매겨지는지

조용히 달걀 한 판 두 손으로 받쳐든다

난각卵殼, 그 안쪽은 겨울의 막을 벗고
이제 막 봄이 시작되었다

* 엄인옥 시인
*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강원문학 신인상
*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려상
*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문화예술부 사임당문학상
* 한국방송통신대학 문연(문학, 학술 통합대상)
* 홍성군 문화·관광 디카시 공모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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