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발자국


이 영 춘

고인이 된 한 시인의 추도식에 간다
발자국 속에 발자국들이 걸어간다
지상을 걸어나간 발자국들의 흔적,
빗물이 고이고 시간이 고이고
발자국 같은 꽃잎들 뚝뚝 눈물짓는다

한 사람의 어깨가 기울어진 저녁
한 시인의 숨소리가 달빛에 걸린 저녁
남은 자들은 그의 그림자를 따라
발자국을 찍는다
어제의 시간을 접는다

이제 그의 왕궁은 어디에도 없다
흘림체 언어의 조각들이
비문 같은 언어의 흔적들이
달빛에 걸려 흔들린다
저문 산 아래 산그림자 하나
달빛 속에 묻힌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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