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반나절의 생生

이 영 춘

압박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들,
시간은 점점 헐거워지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유를 먹는다
헐거워진 시간들이 온몸을 탱탱하게 당긴다
생의 반나절을 탱탱하게 조이던 여름, 여름의 끝별,
물고기 비늘처럼 풀어진다
물푸레 나뭇잎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밤,
꽁꽁 묶였던 몸이 나른한 오후처럼 넘어간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지평선
물속의 고기들은 다 죽어가고
압박 붕대에 묶인 사람들이
길 없는 길을 건너간다
허공에서 잠든 길, 꽉 막힌 그 길 위에서
물고기들이 팔딱거린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1976년 『월간문학』등단
· 시집 :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 시선집 :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경희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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